뇌의 가소성이란
이명의 치료는 이명 자체가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이명 자체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명 재훈련 치료를 통한 이명 치료의 목표는 이명에 의해 발생하는 감정적 반응과 신체반응을 조절하고 개선된 방식을 습관화하는 것입니다.
뇌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어서 각 신경의 연결성에 가소성이 있습니다. 가소성이란 변화 및 조정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기억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내재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이는 곧 각인된 반사행동(conditioned reflex)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뇌의 가소성은 이명으로 인해 유발되는 분노, 우울, 불면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각인된 반사행동을 통제하는데 중요한 원리이며 방법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연결성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기존의 연결성을 억제, 수정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습관화된 잘못된 골프자세를 고치는 것이 새로운 자세를 배우는 것보다 어려운 것 같은 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 재훈련 치료는 충분한 시간의 치료기간이 필요합니다.
이명 채훈련 치료의 근본원리인 뇌 가소성
이명재훈련 치료가 등장한 배경도 이러한 뇌 가소성에 대한 최근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뇌 가소성은 ‘뇌는 성인이 되면 변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개념으로 ‘뇌는 평생에 걸쳐서 변화한다’는 개념입니다.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뿐만 아니라 죽은 뇌세포를 대신할 새로운 신경망까지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명 치료는 이러한 뇌 가소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이명에 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고 개선된 방식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해 내는 것입니다.
습관화
이러한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습관화(habituation)’입니다. 습관화라는 것은 용어 자체가 의미하듯이 특정한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습관화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 골프 스윙을 배울 때는 원하는 경로로 스윙하기 위해 힘이 많이 들어가지만 반복적 훈련이 지속되면 힘을 빼고도 정확한 궤도의 스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습관화는 뇌의 가소성에 영향을 미쳐서 이명에 의한 감정과 신체반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치료 전후에 이명의 크기나 높낮이가 변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명에 대한 개선된 습관화 과정을 내재하여 이명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뇌 가소성을 통한 이명치료의 목적
뇌의 가소성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달팽이관에서 청각 피질까지의 신경 경로에서 각각의 신경 하나하나는 매우 복잡한 연결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 신경간의 연결성은 수시로 강화, 억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특정한 신호를 증폭하거나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1953년 Heller와 Berman가 정상 청력을 가진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들은 정상 청력을 가진 성인을 소리가 완전하게 차단된 방에 5분 동안 앉아있게 하였는데 실험에 참여한 정상청력 성인의 94%에서 이명을 경험하였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달팽이관에서 청각피질까지의 경로에서 신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폭과 억제의 조절이 가능함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결과입니다. 실제로 소리가 없어도 청신경이 자발적으로 활성화되는 빈도는 1초에 50-100회로 알려져 있고 청각경로는 조용한 곳에서는 크게 증폭시키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필요 없는 소리는 억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인 소음 환경에서는 이러한 자발적인 청신경의 활성으로 인한 신호가 잠재의식의 단계에서 걸러지고 무시되지만 매우 조용한 환경에서는 크게 증폭되어 인지되어 버리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같은 신호라 하더라도 뇌는 신호를 증폭 또는 억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뇌 가소성을 통한 이명치료의 목적은 이명 신호를 억제하고 걸러내는 신경망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신경망 조절을 통한 이명의 조절
뇌에서 신경들의 복잡한 연결은 중요한 신호를 자동적으로 발견하고 인지하도록 훈련이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잡하고 붐비는 거리를 지나면서도 자신의 이름이 어디선가 들리면 예민하게 그 소리를 인지하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이는 전신마취 하에서 수술하는 환자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되는데 전신마취가 끝나고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야 할 때 마취과 의사는 환자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는 방법을 사용해서 환자의 의식을 돌아오도록 돕기도 합니다. 환자는 마취로 인해 의식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다른 소리보다는 자신의 이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겁입니다.
이와 같은 원리는 이명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일반인들의 경우도 이명을 인지하는 경우가 있지만 금세 잊어버리고 이명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명환자의 경우 반복되는 이명으로 이명을 중립신호가 아닌 위험으로 인지하게 되며 결국은 그 중요성을 더욱 부각해서 인지하게 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이명소리를 자동적으로 인지하고 중요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연결성이 형성되게 됩니다. 즉 이명을 인지하는 신경망이 생성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명을 억제하는 신경망을 강화, 확립하고 반대로 위와 같이 이명을 유발하는 신경망을 차단하는 것이 치료의 목적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