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재훈련 치료 Chapter 4. 이명 치료하기 – 2. 어떤 신경망을 수정하고 어떤 신경망을 재정립할 것인가

Dr. Lee

결국 이명치료의 방법은 이미 형성된 이명으로 인한 악순환의 연결망을 끊어내는 것입니다. 즉 이명에 의해 형성된 연결망을 뇌의 가소성을 이용하여 제거하고 새로운 연결망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뇌의 어떤 부분에서 연결망을 수정해야 하고 그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 보겠습니다.

변연계

이명에 의해 활성화되는 뇌의 시스템은 청각계 말고도 변연계나 자율신경계 등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변연계는 감정을 조절하는 기관이며 청각계와 강력하게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군인이 한데 모여 힘차게 군가를 부르면 군인 한명 한명은 매우 고양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어린 아기의 옹알이 소리가 부모에게 사랑스러운 감정을 유발하는 것처럼 실제로 소리는 우리에게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연계는 감정적 경험을 동반시킴으로써 학습의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고양된 감정을 가진 군인은 더 확실한 동작을 하도록 자극받을 수 있고 사랑스러움을 느낀 부모는 아이의 양육에 좀더 세심한 집중을 하도록 자극받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변연계는 청각피질에 이르기 전의 단계, 즉 잠재의식의 단계인데 이러한 원리를 토대로 만약 어떤 소리가 들어 왔을 때 이러한 감정적 경험이 동반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면 그 소리가 잠재의식 단계에서 차단되어 버리도록 습관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는 심박수나 땀분비, 호르몬 레벨, 장운동, 호흡수, 체온 등을 조절합니다. 자율신경계는 이름 그대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신경계여서 팔다리를 움직이듯이 우리가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지만 운동이나 이완, 휴식과 같은 방법으로 일정부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빨라진 심박수를 바로 느리게 할 수는 없지만 휴식을 취하고 신체를 편안히 함으로써 심박수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계는 위험상황에서 활성화되어 근육 긴장도를 증가 시키고 심박수나 호흡수를 증가시키며 위장으로 가는 혈류량을 감소시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 되면 각성도가 높아져서 불면 등의 증상이 유발될 수 있고 소화 불량과 같은 증상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자율신경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은 신체에 지장을 주는 심한 피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의 반응이 얼마나 크게, 얼마나 길게 활성화 되느냐가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율신경계 또한 감정적 경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전에 부정적인 감정이나 신체반응을 유발했던 이명은 ‘위험’으로 인식되어 자율신경계를 활성화시키는 의식적인 자극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이명과 변연계, 자율신경계

살펴본 바와 같이 이명이 변연계와 자율신경계를 활성화 시킬 때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명 그 자체로는 문제를 일으키는 신호가 아닙니다(중립신호). 이명으로 인해서 부정적 감정이 생겨나고 불면과 같은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부적절한 각인된 반사행동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이명으로 인해서 변연계와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는 비정상적인 신경경로가 자리잡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악순환의 강화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로가 악순환의 고리로서 계속해서 강화된다는 것입니다. 이명을 처음 경험한 사람의 80%에서는 이명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 않기 때문에 잠재의식의 단계에서 차단하는 것이 자발적으로 습관화됩니다. 그러나 이명이 높은 정도의 분노와 우울 등의 감정적 경험을 동반한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러한 감정적 경험은 자율신경계와 변연계를 자극하게 되고 이렇게 자극받은 변연계와 자율신경계는 더 큰 불안과 걱정, 불면 등과 같은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증상으로 이명이 피할 수 없는 위험으로 인식되게 되면 다시 변연계와 자율신경계를 더 활성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게 됩니다.

이명의 크기나 높낮이가 이명의 심각도나 변연계, 자율신경계의 활성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변연계와 자율신경계의 활성도가 이명의 심각도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도 비교적 작고 단순한 이명을 가진 환자에서 매우 큰 정도의 불안이나 분노, 불면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으며 매우 큰 소리의 이명이 있음에도 분노나 스트레스 정도가 낮은 경우도 있습니다. 즉, 이명의 고통과 심각도는 청각신경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변연계와 자율신경계의 활성 정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 연결망의 재설정

결국 이명치료를 위해 뇌의 가소성이라는 특징을 이용해서 교정해야 할 것은 이러한 ‘이명-청각계-대뇌-변연계-자율신경계-증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망을 제거하는 것이며 그 대상은 결국 변연계와 자율신경계로의 연결을 차단하여 이명으로 인한 증상 발현을 막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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