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신호(neutral signal)로서 이명
Chapter 2의 이명의 발생기전에서 설명했다시피 이명은 뇌의 자연스러운 보상기전입니다. 이명은 중립적인 신호인 것입니다. 이명은 외유모세포 등을 비롯한 청각기관의 손상이나 청력저하의 보상기전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며 이명 자체가 신체의 병적 상황을 유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이명은 보상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뇌의 중립적인 신호일 뿐이며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분노, 우울과 같은 감정적 장애와 불면증과 같은 신체 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이명소리 그 자체가 아니라 이명에 의해 활성화된 변연계와 자율신경계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사고전환의 예시1
예를 한가지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청년이 있습니다. 얼굴에는 칼에 베인 듯한 짙은 흉터가 있으며 항상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다닙니다. 새벽에 나가서 자정이 넘어서야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며 이웃을 마주쳐도 잘 인사하거나 살갑게 웃는 일이 결코 없습니다. 또한 무언가에 화가 났는지 혼잣말로 욕설을 하는 모습도 간혹 관찰됩니다. 그런데 이 청년의 집 문 앞에 매일 아침 검정색의 단단히 포장된 상자가 매일 배달되어 문 앞에 놓여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상자가 마약은 아닌지, 혹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물건은 아닌지 등의 의심스러운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청년의 이웃은 이 의문의 상자로 매일 아침마다 걱정에 휩싸입니다. 혹시 폭발물은 아닌지, 이 물건 때문에 자신도 괜한 문제에 휘말리는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걱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이 검정색 상자를 개봉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청년의 이웃은 큰 긴장감에 휩싸인 채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청년이 검정색 상자 안에서 꺼낸 것은 음식 꾸러미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청년은 매일 새벽에 배달되는 아침식사를 마친 후 직장에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의 이웃은 그 장면을 목격한 뒤로 검정색 상자에 대해서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고전환의 예시2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것은 이명을 인지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처음에 청년의 이웃은 검정색 상자를 매우 큰 위험으로 인지하고 이러한 인지에 의해서 걱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러나 검정색 상자가 위험을 유발할 것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이 이웃은 자신의 선입견만으로 상자를 위험으로 인식하고 걱정의 감정, 불안의 감정을 유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상자가 위험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이웃의 걱정은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즉 검정색 상자는 어떠한 위험도 유발하지 않는 ‘중립 신호(neutral signal)’인 것입니다. 만약 청년이 매일같이 자원봉사를 하는 성실한 청년임을 알게 된다면 ‘검은 상자’는 오히려 마음 깊이 훈훈한 감정을 유발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명도 마찬가지 입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명은 뇌의 보상기전에 의해 나타나는 자연적인 반응입니다. 즉 이명은 어떠한 위해를 가하지 않는 중립적인 신호인 것입니다.
이명 바로보기
‘이명은 평생 치료되지 않을거야’
‘이명 때문에 내 삶은 너무 괴롭고 나는 이것 때문에 성공할 수 없을거야’
‘이명이 또 언제 나타날지 너무 걱정돼’
이명을 중립적인 신호로 인식하지 않으면 위와 같이 이명을 위험(danger)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는 잘못된 믿음입니다.
이명 재훈련 치료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이명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고 또 이명으로 인한 발생하는 감정적, 신체적 증상은 치료를 통해서 완화될 수 있음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명은 앞서 살펴본 예의 검정색 상자와 같이 ‘중립 신호’입니다. 이것을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예를 통해서 조금 더 자세히 풀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위의 표에서와 같이 우리가 어떤 상황에 대해서 어떤 사고나 신념을 갖는지에 따라, 즉, 상황이나 사건을 위험으로 인식하느냐 아니면 중립 신호로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정서적인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명에 대해서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이명을 중립 신호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명은 우리에게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습니다. 무언가에 깊이 열중할 때 시계소리가 우리에게 약간의 거슬림을 유발할 수는 있으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같이, 늘상 오고가는 파도소리와 같이 이명은 우리에게 어떠한 위해도 유발하지 않습니다.